우주쓰레기의 위험과 대책에 대해
우주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위성과 로켓 발사 횟수가 증가하다 보니 궤도를 돌고 있는 폐 인공위성과 우주를 떠돌고 있는 로켓 파편 등 우주 쓰레기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우주 쓰레기
최초의 우주 쓰레기가 발생한 것은 아마도 인류가 최초의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부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럽 우주국에 따르면 인류는 2022년 6월 기준으로 위성 등을 포함해 약 5만 6천500여 개의 물체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고 합니다. 이 중 2만 8160개가 우주 쓰레기로 남아 있다고 해요. 무게로 따지면 약 9300톤에 해당하는 양이죠. 막대한 양의 우주 쓰레기들은 고도 500에서 1300킬로미터 곳곳에 포진해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돌며 현재 운영 중인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10cm 크기 이상의 우주 물체는 약 3만 개, 1cm 이상은 약 100만 개, 1mm 이상은 약 1억 5천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아주 작은 물체의 경우에는 실체를 볼 수도 셀 수도 없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수치입니다. 우주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한데요. 대표적으로는 연료가 바닥나거나 고장 나면서 기능이 정지된 인공위성에서부터 위성을 쏘아 올려준 뒤 지구로 내려가지 못하고 궤도를 떠돌고 있는 로켓 동체의 상단, 위성끼리 충돌하거나 자체 폭발, 또는 미사일 요격 시험 등으로 생긴 조각난 위성 부품 부품과 파편들, 위성이나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페인트 조각까지 모두 우주 쓰레기에 해당됩니다.
1mm의 위험
1mm라고 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우주에서는 아주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총알을 한 번 생각해 보죠. 총알은 크기는 아주 작지만 매우 치명적이죠. 바로 빠른 속도 때문인데요. 총알의 속도가 대략 초당 400미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주 쓰레기가 지구 저궤도를 도는 속도는 최소 초속 7km나 된다고 해요. 총알보다 17배나 빠른 거죠. 얼마나 위험한지 느껴지시죠?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이 외부 활동을 할 때 이런 우주 쓰레기가 우주복을 관통하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되겠죠. 지름이 10cm만 되면 다이너마이트 25개를 터트리는 위력을 갖는다고 해요. 그래서 크기가 큰 우주 쓰레기는 위성은 물론 우주정거장까지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작은 크기의 우주 쓰레기는 추적이 어려워서 통계적인 방법으로 우주인 활동을 위협할 위험도를 분석한다고 해요. 지난 1월 초에 긴급 재난문자 받으신 것을 기억하시죠? 그 내용이 무게 2,450kg인 위성의 잔해가 한반도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라 섬뜩했죠. 보통의 경우 우주 쓰레기가 지구로 추락하게 되면 대기권에서 연소되지만 대형 로켓의 경우에는 분리된 잔해가 커서 대기권에서 모두 연소되지 않고 지표면까지 도달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발사를 하기 전부터 이런 낙하 물질이 바다에 떨어지도록 설계를 하지만 설계한 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인명 피해 등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죠.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진에서는 지난 30년간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서 지구 궤도상에 우주 쓰레기가 통제 불능 상태로 재진입해 인명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을 분석했는데요. 향후 10년 이내에 지구로 추락하는 로켓 파편이 누군가를 죽거나 다치게 할 확률이 10%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이 충돌하는 사건도 있었는데요. 2009년 미국 이리듐 사의 통신 위성과 러시아 통신위성 코스모스가 충돌한 사건이 있기도 했죠. 유럽 우주국은 1961년 이후 우주 쓰레기 충돌 사고가 약 560회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최근 영화 승리호 기억하시나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새삼 우주 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영화에서 등장하는 우주 쓰레기 청소부가 현실에도 존재합니다.
우주 쓰레기 청소부
물론 사람이 직접 타고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21년 일본 기업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거대한 좌석을 부착한 인공위성 엘사 d는 러시아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는데요. 이 위성의 별명이 바로 우주 쓰레기 사냥꾼입니다. 우주 궤도에 버려진 각종 로켓과 위성 잔해를 잡아당겨 포획한 후 대기권으로 끌고 내려와 불태워 없애는 임무를 맡고 있죠. 자석을 이용한 엘사-d 말고도 우주 쓰레기의 거대한 돛을 달아 속도가 느려지게 해서 지구로 떨어지게 하는 방법, 그물이나 작살을 쏘아 잡는 방법, 로봇 팔로 쓰레기를 잡아 대기권으로 들어와 태우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한 청소 위성을 보내는 방식을 능동 제거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우주 쓰레기와 같은 궤도를 돌면서 같은 속도로 근접해서 정확하게 연결하는 등 고난도의 기술들이 필요하죠. 이런 기술들을 쓰면 나중에는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것뿐 아니라 고장 난 인공위성을 수리해 수명을 연장해 줄 수도 있게 될 겁니다.
대책 방안을 연구
우리나라도 우주 쓰레기 제거를 위한 대책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우주물체 포획용 기술과 이를 시현할 초소형 위성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항우연에서는 우리나라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우주 파편 충돌 위험 분석 및 대응 소프트웨어인 카리스마를 개발하기도 했죠. 우주 진출의 주체가 다국적화되고 민간 기업까지 뛰어드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들어서면서 우주 물체로 인한 재난의 위험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주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 탑재했던 위성의 수가 대체로 한 두 개 정도였는데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면서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해 한 번 로켓을 발사할 때 수십 개에서 100개가량의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거든요. 그만큼 우주물체들끼리 충돌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거죠. 우주 쓰레기를 다 수거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우주의 물체 추락 충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공위성과 우주 파편 등을 지속적으로 감지 추적하는 겁니다. 만약 추락할 위험이 있는 우주 물체가 발견되면 추락 시간과 위치를 예측해 대비하도록 조치하고 운용하고 있는 인공위성에 근접하는 우주물체가 확인되면 충돌 예상 궤도에서 벗어나도록 위성을 회피 가동하는 거죠.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이런 우주 감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위성에는 국적이 있지만 우주 쓰레기는 국적이 없다
우주 쓰레기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든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우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에 따른 책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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