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관찰
블랙홀
블랙홀, 아주 어려운 말인데요. 블랙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중력이 아주 강한 천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력이 너무나도 강해서 빛조차도 빨려 들어가는 곳이죠. 빛이 빨려 들어갈 정도로 중력이 강해지려면 질량은 아주 큰 데 반해 크기는 아주 작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 정도 질량의 천체가 블랙홀이 되려면 직경 9mm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태양의 경우에는 직경 3km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 블랙홀이 될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블랙홀을 설명할 때 흔히 보자기와 쇠구슬을 예로 들기도 해요. 2차원의 세계의 경우 공간은 보자기처럼 넓은 천의 형태가 돼요. 그 천 위에 놓여있는 물질, 예를 들어 쇠구슬이 무거울수록 이 천은 심하게 움푹 파이게 되겠죠. 그러면 그 천 위를 이동하는 물질은 그 움푹한 곳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이 움직이게 될 거예요. 이렇게 공간 왜곡을 일으켜 빨아들이는 것이 중력이에요. 이러한 움푹함, 즉 중력의 세기는 쇠구슬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깊어지고 같은 질량이라면 크기가 작을수록 더 깊어지겠죠. 그리고 깊이가 깊어지면 주위를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이 커지게 되고, 그만큼 더 많은 물질이 그쪽으로 빨려 들어가겠죠. 만일 쇠구슬의 질량이 엄청난데 크기가 아주 작다면 그 천에는 구멍이 뚫리듯이 끝없이 지속되는 움푹 페임이 생기게 될 겁니다. 그 결과 그 위를 지나가는 물체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텐데 이것이 바로 블랙홀인 겁니다. 위의 2차원 예는 3차원에도 적용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 공간에도 적용됩니다. 4차원 시 공간에는 시간축도 존재하기 때문에 저렇게 작고 무거운 쇠구슬이 있다면 저 움푹 파임으로 공간뿐 아니라 시간조차 빨려 들어가 쭉 늘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블랙홀 주위에서는 시간도 다르게 흐르게 되는 겁니다. 그럼 도대체 블랙홀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블랙홀은 거대한 항성의 죽음이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이 되는 천체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에요. 그럼 먼저 항성의 탄생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우주는 성간 물질이라는 먼지와 가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주 공간의 기온이 낮고 성간 물질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성간 물질들이 서로 뭉치면서 마치 구름처럼 성간운이 형성되고, 이 중심 부문에서는 분자들이 부딪히며 서로 뭉치게 돼요. 이것을 원시별이라 하죠. 중심부의 가스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점차 온도가 올라가겠죠.
수소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의 90%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것이 수소이기 때문에 성간운은 대개 수소 분자로 이루어져 있어요. 수소가 뭉치면서 계속 온도가 올라가면 이전에 공부한 것처럼 플라스마 형태로 되고 핵융합이 일어나죠. 핵융합이 일어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빛과 열이 나오겠죠. 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중심의 수축하는 중력 에너지가 평형을 이루게 되면 항성은 수축하는 것을 멈추게 돼요. 그러면서 태양과 같은 안정된 항성이 됩니다. 지구와 같은 행성도 항성과 마찬가지로 성간 물질이 뭉치기 시작하면서 발생이 시작하는데요, 질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스스로 이루어진 내부 핵이 융합할 만큼의 온도를 가지지 못해서 별이 되지 못합니다. 별이 되지 못한 천체는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이 되는 겁니다. 이런 핵융합 반응이 무한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수소가 핵융합을 하게 되면 헬륨이 형성되는데요. 헬륨은 수소보다 훨씬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체의 중심부에 쌓이게 되고 중심부의 질량이 높아지게 되니 천체는 수축하려는 더 큰 압력을 받게 되죠. 태양 정도 질량의 향성은 충분한 압력과 에너지를 가지지 못해서 헬륨 핵융합이 끝나고 나면 백색 왜성이 되어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더 큰 질량을 가진 항성의 경우에는 중력이 더 크기 때문에 헬륨 융합 이후에도 헬륨을 원소로 탄소와 산소를 만들고 또 이를 원료로 계속 핵융합을 일으키면서 점점 더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게 되죠. 결국 중심 부분은 철 그 위로 실리콘과 같은 원소, 탄소, 산소, 헬륨, 수소로 이어지는 양파와 같은 구조를 만들게 돼요. 중심의 철은 더 이상 핵융합을 일으키지 않고 점차 축소되다가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요, 이때 중심에 남은 잔해가 중성자 별과 블랙홀입니다. 남은 질량이 태양의 약 두 세 배가 되는 물질은 중성자 별이 되고 태양 질량의 3배가 넘는 물질들은 엄청난 중력으로 인해 원자핵 자체가 붕괴되고 모든 질량이 중심에 모이는 블랙홀이 만들어지게 되는 거예요. 폭발 후 남은 질량이 태양 질량의 3배가 되려면 폭발 전에는 태양보다 30배 이상 무거워야 하죠. 그래서 블랙홀은 태양보다 30배 이상 무거운 뚱뚱한 별의 시체인 셈이에요. 블랙홀 속에서는 쌀알 정도 크기의 질량이 지구 전체의 질량과 맞먹어요. 지구가 쌀알만큼 작아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속에 70억이 넘는 사람과 모든 건물 그리고 모든 자동차가 들어있는 겁니다. 이처럼 질량은 엄청 닌데 크기가 줄어든 블랙홀은 워낙 중력이 커서 빛조차도 빨려 들어가게 돼요.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1700년대 후반
블랙홀의 존재를 처음 떠올리게 된 것은 1700년대 후반입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관측된 것은 불과 7년 전인 2015년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년 전인 2019년이죠.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생각은 중력이 극대화되었을 때 물리 법칙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토론하면서 상상해 냈어요. 태양과 같은 밀도를 가진 구체의 크기가 500분의 1 정도로 줄어들게 되면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지면서 빛조차도 구체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1900년대 초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 중력이 빛의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이면서 블랙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게 되었죠. 그런데 여러 이론을 통해서 블랙홀이라는 것이 우주에 존재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실존하는지는 확인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LIGO의 합동 연구진이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해요. 중력파는 우주에서 블랙홀이 생성되거나 별이 폭발하는 등 아주 큰 우주 현상이 일어날 때 중력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파동을 말하는데요. 중력파를 관측함으로써 블랙홀이 존재한다라는 것을 최초로 감지하게 되었죠. 이 중력파는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충돌하여 단일 블랙홀이 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요. 이때 중력파를 관측한 3명의 과학자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정도가 지난 2019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촬영한 블랙홀 M87의 사진이 공개되죠. 아마 대부분 사진을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사진 공개 당시 전 세계 거의 모든 신문의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신기한 점은 과학계에서 그동안 블랙홀은 이렇게 생겼을 거야 하고 예측해 왔던 모습과 아주 비슷하다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영화 인터스텔라에 표현된 블랙홀의 모습과 크게 닮아있죠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블랙홀을 촬영한 것은 아니고요 그 대신 블랙홀 주변의 빛을 촬영해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한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블랙홀은 빛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촬영할 수가 없거든요.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에 의해 주변 물질들을 빨아들이게 돼요. 우리가 욕조의 물을 받아 두었다가 마개를 빼면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면서 물이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블랙홀 주변의 가스도 블랙홀 주변으로 궤도 운동을 하듯이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많은 가스가 빨려 들어가면 서로 부딪히게 되겠죠. 가스 간의 마찰을 통해 점점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빛을 내게 되는데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튀어나온 빛을 관측함으로써 우리는 그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 사진의 중앙에는 빛이 없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빛이 빨려 들어가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불러요.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점점 느리게 가게 되고 사건의 지평선에 다 달았을 때는 시간이 무한대로 길어지기 때문에 사건의 지평선에서 일어난 사건은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죠.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하면 블랙홀 주변에서는 슬로비디오처럼 보이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지구에서 1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블랙홀에서는 1초 정도가 지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주인공이 블랙홀을 다녀온 이후 딸을 다시 만났을 때 자신은 늙지 않았지만 딸은 할머니가 되어 있는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블랙홀의 관찰
블랙홀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다른 별을 관측할 때처럼 망원경 하나로 관측할 수는 없어요. 블랙홀을 관찰하려면 지구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해요. 지구 크기의 망원경이라고 해서 안테나 접시가 지구 크기만 한 것은 아니고요, 전 세계 8곳에 설치된 망원경을 서로 연결시켜서 각각의 망원경이 얻은 영상을 간섭시켜서 분석하게 되면 지구 크기의 망원경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가 있죠. 이 망원경을 활용하면 파리에 있는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을 읽을 수 있고, 또 지구에서 달 표면에 있는 도넛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분해능을 가질 수 있다고 해요. 여기에 한국이 운영하는 한국 우주전파관측망과 동아시아 우주 전파 관측망도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진도 함께 영상을 분석해서 진행했습니다. 블랙홀에 대해 왜 이렇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텐데요. 작은 범위에서 말씀드리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거대 질량을 가진 물질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확인한 것이죠. 조금 더 큰 의미에서 말씀드리면 블랙홀 관측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 데 큰 실마리를 제공해요. 과거에는 몇몇 은하의 중심에만 블랙홀이 있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초대질량 블랙홀을 알면 은하의 질량을 알 수 있고 은하의 질량을 알면 블랙홀의 질량을 알 수 있을 만큼 관계성이 높다는 것도 밝혀졌죠. 한국천문연구원의 손봉원 박사님은 블랙홀이 은하와 공진화했다면 천문학적 진화 외에도 생명학적 분자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블랙홀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 인류에게 더 좋은 안경을 쓸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해요. 우리가 더 선명하고 자세하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하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블랙홀 연구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몰랐던 세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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